Ep.8 잊고 싶은 추억 (1)
“서펜트님 계획은 어떻게 되셨습니까?”
서펜트가 폭발용액을 쥐며 마을을 바라보고 있을 때 핑크젤라틴이 다가오며 말했다.
“그대들의 습성은 알지만, 자꾸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진 말게.”
“죄송합니다. 주의하도록 하죠.”
“뱀은 죽었다.”
“예?”
핑크젤라틴이 하나밖에 없는 눈을 들썩이며 말했다.
“누가 죽인겁니까?”
“죽인 건 아니고. 실험이 실패한 것 같더군. 아무래도 약 배합이 잘못된 것 같군.”
“그럴 리가 없습니다! 그건 절대로 실패할 수가.”
“그럼 내 실력이 잘못되었다 말하는 건가?”
서펜트가 눈을 번뜩이며 말하자 핑크젤라틴은 하던 말을 멈추었다.
“.....죄송합니다. 서펜트님의 실력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흥분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챙겼지.”
서펜트가 폭발용액을 들자. 핑크젤라틴이 꽃에서 꽃가루를 뿜어내며 말했다.
“성공하신 거군요!”
“그래. 어리숙한 놈이라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
“봉인에 아주 중요한 일부 중 하나를 이렇게 쉽게 얻을 줄이야. 역시 서펜트님이십니다.”
“그럼 이제, 해독제를 하나 내놓아라.”
서펜트는 핑크젤라틴의 몸에 폭발용액을 던졌다. 폭발용액이 핑크젤라틴 몸에 천천히 스며들면서 들어갔다. 그리고 핑크젤라틴의 몸에서 해독제가 빠져나왔다.
“그럼요 드려야죠, 다음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핑크젤라틴은 그 말을 마치고 어둠속에서 사라졌다.
“미안하지만, 자네들은 실패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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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고대신룡, 너 폭발 물약 갖고 있어?”
아 맞다, 그런 걸 갖고 있었지.
나는 허리춤에 있는 폭발용액을 보여주었다.
“여기, 멀쩡히 갖고 있다고. 어디 흘렸기라도 했을까 봐?”
“서펜트가 바꿔치기라도 했을까 봐 그렇지.”
“그럴 리가. 나랑 닿은 적도 없는데.”
번개고룡은 나를 의심하는 눈을 쳐다보다가 아님 됐지 라고 말했다.
번개고룡과 파워 그리고 나는 G네드래곤과 서펜트로부터 자유로워진 희망의 마을을 둘러다녔다. 번개고룡은 살 게 있다면서 마을을 둘러보았지만, 본인이 예전에 방문한 것과는 다르게 눈을 번쩍이며 마을의 상점을 이곳저곳 다 돌아다녔다.
‘...저건’
나도 지루하진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외지 드래곤들에게도 매우 친절했고 따뜻했다.
“잠을 자는지도 몰랐네, 평소와 같았으니까. 그래도 먹지도 않고 잠만 잘 순 없는 노릇이니 자네들에겐 고마움을 표하고 싶네.”
패트 촌장이었다.
“저희는 해야 할 일을 한 거죠.”
번개고룡이 예의를 차리며 말했다. 항상 당당하고 속물이던 번개고룡의 모습은 놀라웠다.
“그럼 혹시….”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번개고룡은 패트 촌장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무언가를 말하는 듯 해보였다.
패트 촌장은 들으면서 흠.. 하더니 ‘알겠네’라고만 답했다.
“무슨 말을 한 거야?”
“안 움직이는 두 번째 열쇠 갖고 오기.”
번개고룡은 그렇게 웃으며 말하며 다시 반짝거리는 장신구들을 보러 달려갔다.
‘웃는 모습….’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갑자기 파워가 말을 꺼냈다.
“고대신룡,”
“왜?”
“번개고룡, 너 좋아하는 건가?”
이건 또 뭔 소리야.
“그게 무슨 말이야?”
“번개고룡 잘 웃는다. 너한테, 나한테는 많이 안 보여줬다.”
합리적인 의심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난 번개고룡과 만난 지 아직 하루밖에 안 됐고 그전에 그녀가 무얼 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웃는 모습이 예쁜 건 맞지만 뭔가 좀 다른 거다. 이전에 그 웃음을 보면 신전들의 사람이 생각이 난다.
“아닐 거야. 나이 차이가 얼마나 나는데.”
그리고 애초에 나는 성체가 된 지 하루밖에 안됐다.
파워는 골똘히 생각하더니 그런가…? 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고개를 저으며 번개고룡을 따라갔다.
고대신룡은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며 잊히지 않는 추억 위에 또 다른 추억을 쌓아갔다. 말 할 수 없는 충족감을 채워가며 그날을 즐기기로 했다.
“번개고룡 너무 빨라!”
그들은 희망의 마을이 파괴되는 운명을 당기며 시간은 흐른다.
일주일이 지나고 번개고룡은 마을을 떠날 준비를 했다. 가는 길에는 왜인지 파워도 끼어있었다.
“파워는 못 온다고 하지 않았나?”
“나도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패트촌장 나 필요 없다 한다. 나 말고 든든한 드래곤 찾았다고 했다. 그동안 고맙다고 말해줬다.”
‘두 번째 열쇠 갖고 오기란 게….’
파워의 그 말을 듣고 나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번개고룡을 보았는데, 내 눈빛을 알아챈 번개고룡이 뒤돌아보며 조용히 엄지를 세울 뿐이었다.
이때 나는 확신했다. 번개고룡 이 드래곤은 엄청나게 속물이고 한번 잘 못 걸리면 절대로 안 되겠다는 사실을.
“가자, 다음은 바람의 산맥이야.”
번개고룡은 우리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갈 길을 설명했다.
“불의 산은 안 들러?”
“응. 나 거기서 추방당했거든 그래서 거기 안 갈 거야.”
그 말에 나와 파워는 입을 다물고 계속 듣기만 했다. 가는 곳에는 누가 있는지 조심해야 할 건 무엇인지.
빙하고룡. 차갑고 도도한 드래곤이며 번개고룡 못지않게 똑똑하다고 한다. 그보다 매우 잘생긴 게 좋다고…?
“잠깐, 드래곤 설명하는 거 아니야?”
듣다 못한 내가 한마디를 했다.
“응 지금 설명하고 있잖아, 가장 중요한 부분.”
그렇게 우린 빙하고룡의 능력이 무엇인지는 못 듣고 성격, 외형에 대한 칭찬을 30분 동안 들었다.
“자…. 이 정도면 됐고. 왜 필요하냐면, 일단 그곳에 하나를 봉인재료가 두 개 더 있어 안정 용액과 완전무결한 물방울. 그리고 걔가 던전에 대해서는 머리가 좋거든 나는 유타칸, 걔는 던전을 잘 알아. 원소 공격이 먹히는 건 아니지만, 얼음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퇴로 생성에는 아주 좋지. 알겠지?”
파워와 나는 이미 멍을 때리며 번개고룡을 바라보기만 했다.
“알겠지?”
번개고룡이 손에 번갯불을 두르며 위협하자. 나와 파워는 급하게 끄덕이며 알겠다고 말했다.
“그럼 가보자. 바람의 산맥에 오랜만에 만날 생각하니까, 더 설레네”
하지만 우리가 바람의 산맥에 갔을 때
“..뭐야.”
빙하고룡은 그곳에 있지 않았다. 남아있는 건 피가 묻은 거대한 얼음 조각들 그리고 치열하게 싸운 처참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핏자국이 흘러 중간에서 멈춘 듯 얼어붙어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건너편에는 얼어붙은 발자국들이 보였다.
“....따라와”
번개고룡이 잠깐 보더니 우리에게 손짓하며 그저 아무 말 없이 발자국을 따라갔다. 우리는 침을 삼켰다. 그동안 쾌활했던 그녀의 모습은 없고 계속 걱정하는 듯한 표정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을 걷다가. 번개고룡은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다.
“야! 번개고룡 어디가!”
그녀에게 우리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번개고룡은 그저 뛰었다. 뛰고 뛰면서 옛날에 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설마…. 설마…. 이 방향은….’
숨이 차오르게 뛰며 번개고룡은 그전에 빙하고룡과 만났던 기억을 되짚으며 현실을 부정했다.
(“이곳에 묻어놓을 거야. 이게 우리가 만났다고 증명 된 거지”)
그 일은 무려 10년 전. 아무리 평범한 드래곤이어도 어떤 무언가에 애정을 갖지 않는 이상 까먹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넌 바람의 산맥에 오는 용들은 전부 감지할 수 있잖아. 그치?”)
(“왜?”)
(“만약에 안 까먹으면 내가 왔을 때 처음부터 이곳에 올테니까. 이곳에서 만나자고.”)
(“나는 이런 거 기억 잘 못 해. 도대체 이런걸. 왜 하는 건지.”)
(“걱정 마 다시 만났을 때는 무조건 내가 이곳에 널 데려올 테니까.”)
빙하고룡은 무뚝뚝하게 대답했지만. 번개고룡이 그의 볼을 콕 찌르며 말했다.
(“그러니까 까먹지 마?, 다음에 만나면 뭘 묻었는지 물어볼 테니까. 응? 약속.”)
(“알겠으니까. 볼 좀 그만 찔러.”)
(“부드럽고 네 반응이 귀여워.”)
빙하고룡이 부끄러워하면서 눈을 피했지만 번 개 고용은 재밌다며 웃어댔다.
그들은 약속했던 그곳에서 다시 만났다. 번개고룡은 뒤돌아있는 빙하고룡을 보며 안심했다.
번개고룡은 달려가며 빙하고룡에게 안겼다.
“빙하고룡! 잘못된 줄 알고 걱정했잖아. 네 집은 왜 그래? 괜찮아? 역시 네 피가 아닌 거지?”
번개고룡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하지만 빙하고룡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차가운 건 여전하네. 근데 대답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설마 내가 까먹었다고 삐진 건 아니지? 날 봐….”
뭔가 이상한 것을 직감한 번개고룡이 빙하고룡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예상이 명중하듯 그의 눈은 산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눈의 초점이 흐릿하고 빙하고룡은 심할 정도로 주위에 한기를 방출하고 있었다.
“아….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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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칸의 기본 가방들은 기본적으로 수납이 편리합니다. 흔히 말하는 아공간 주머니 같은거죠.
빙하고룡과 번개고룡은 그런사이가 맞습니다. 번개고룡이 먼저 고백했어요. 묻어둔 추억은 그냥 그들의 치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