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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생은 유타칸 최고 가문의 아들로: 19화

10 익천비
  • 조회수97
  • 작성일2024.08.25



"텐파까지 15분 남았다."

"상황 설명은 한 번만 할거니까 잘 들어."

모두가 공중에서 이솔데를 중심으로 모여든다.

"이건 더이상 한 사건이 아닌, 대륙의 운명을 건 두 길드의 전쟁이다. 목숨을 각오하고 싸워라."

그녀는 침착하고 체계적으로 계획에 대해서 설명한다.


들을수록 완벽한 포획망이다.

'드래곤의 상성과 길드원들의 조합까지 고려해 배치할 줄이야..'


"아마 우리가 교전을 시작하면 라피엘 쪽에서 끼어들 확률이 높습니다."

"그에 대비할 계획도 세워야 해요."

프린세스가 중간에 수정을 요청한다.


"이쪽은..."


...


한창 브리핑이 오고가는 와중.

전방에 주변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얼음 구조물들이 보인다.


키이에엑 —


소름이 돋는 고음의 울음소리.


'드디어 도착인가.'


"각자 위치로!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절대로 나서지 마라!"

이솔데의 명령에 모두가 흩어진다.

내가 배정받은 곳은 마을의 남쪽 끝.

'이솔데가 일부러 전장에서 멀리 배치했겠지.'

그리고 이는 배려가 아닌 무시에서 나온 조치라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도 큰 상관은 없다.

'난 이 계획을 순순히 따라줄 생각은 없거든.'

언제든지 랜스 엘드리안을 찾아내 죽일 준비가 되어있다.


이것은 프란시스를 위한 사적인 복수이기도 하다.



---



"저기, 혹시.. 이카루스 선..수 맞으신가요?"


옆에서 웬 어리버리한 녀석이 말을 건다.

펠드라 길드 소속이고 나이는 비슷해 보이는데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건지 아까부터 테이머 대회 얘기만 줄곧 늘어놓고 있다.

'이솔데, 날 어디까지 얕보는 거지.'


"아..아앗! 죄송해요, 프, 프란시스 님이라고 불러야 되겠죠?"


"..아무렇게나 불러."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건가?

"그리고 지금 이런 잡담따위를 할 때가 아니야. 사람들이 죽고 있다고."


"아... 넵, 그렇죠."

드디어 조용해 진다.

멀리서 폭발음과 드래곤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분주한 명령 소리와 비명도 종종 들린다.

'여기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잖아.'


'경호원들만 아니면 진작에 가는 건데.'

이솔데는 각 위치에서 벗어나지 않는 걸 감시하기 위해 인원을 두 명씩 배치했다고 말했다.

'총력전을 펼쳐도 모를 상황에 경호 인력을 낭비했을리는 없고.'

나에게만 붙여놓았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더 이상 지체할 순 없어.

"이봐, 너. 혹시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아?"

옆의 소년에게 말을 건다.


"저, 저요? 궁금해요!"

"들어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첫 작전부터 소외되다니!"

"근데 저희는 갈 수 없는 거겠죠.."


"나한테 다 방법이 있어. 잘 들어봐..."

빠르게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지어낸다. 


순수하군.

소년은 드래곤과 함께 이륙한다.


"거기 서! 구역을 벗어나지 말라는 명령이다!"

추격하기 위해 경호원 한 명이 따라간다.


"우, 우왓?! 분명 허락을 받았다고-"


잘 가라 나의 장기말. 고맙다.


그 틈을 타 나는 지브롤터를 타고 최대한 멀리 달아난다. 

'이제 나머지 한 명만 따돌리면 되는 건가.'


'그건 자신 있지.'


텐파 지역의 악명높은 미궁의 숲 속으로 들어간다.

이미 지역 예선때 자주 들렀던 곳이라 길을 모조리 외우고 있다.


몇 분 후.

주변을 둘러보니 잘 따돌린 것 같다.

'잠시 정비만 하고 바로 합류하자.'


지브롤터와 함께 생활했던 아지트로 향한다. 



---



뭔가 이상하다.

분명 아무도 모르는 곳일텐데.

나뭇잎과 가지로 철저하게 위장시켜 놓았던 입구가 드러나 있다.


'아까 그 경호원이 찾아냈나?'


'사람 발자국.. 드래곤은 없는 것 같은데.'


내부는 완전히 엉망진창이 되어있다.

침대는 다리가 한 짝 부러진 채로 벽에 기대어져 있고, 책상 위는 알 수 없는 공구들로 가득하다.


'그냥 지금 돌아갈까? 이대로도 충분히 싸울 수 있고, 지금 이런 데 낭비할 시간이 없어.'

'그래, 돌아가서 싸우자.'


우웅 — 


"으으.."

저절로 신음이 나온다.

잘 가누기도 어려운 몸을 움직여서 앞뒤를 돌아본다.

'도대체 이 속이 뒤틀어지는 듯한 느낌은 뭐야?'


보인다.

방의 가장 안쪽에 무언가가 있다.

'포탈..?'

허공이 마치 깨진 유리처럼 산산조각나 있고, 가운데에는 그 깊이가 가늠되지 않는 어둠이 펼쳐져 있다.

검보라색 배경에 별이 빛나는 것이 아름다운 밤하늘과 같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가까워 질때마다 어지러운 느낌이 더욱 심해진다.

고통을 견디고서라도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다.


순간 이 익숙한 느낌의 근원을 과거로부터 찾아낸다.

'6년 전, 벽 뒤에서 하운드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을 때.'


다른 세계로 가는 포탈.



---



"지원! 지원을 요청해!"


"이미 요청한 상황입니다 길드장님!"

"올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합니다!"


콰앙 — 


쩌정 — 


순식간에 꺼져가는 수십의 생명들.


"전원 발포!"


드래곤만이 화력을 지닌 것은 아니다.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개입도 허용케 했다.

그러나 세상의 중심에 선 괴물에겐 무용지물이다.


"시타엘, 빛의 포효!"

울음소리와 동시에 광역 섬광이 터진다.


그나마 섬광 효과만이 괴수를 미세하게나마 저지하고 있다.


'이렇게는 안돼.'

릴리아 이솔데는 생각한다.

대륙 최강자 중 한 명으로 불려왔던 그녀도 지금만큼은 모두와 함께 무력함을 체감한다.

'한 번에 모두 쏟아붓는 수밖에.'


"모두 나를 엄호해라! 한 번으로 끝내겠다!"

수십 년 간의 직감이 말해준다.

이번 공격을 쓰고 난 후에는 자신도, 자신의 파트너도 상태가 좋지 못하리라는 것을.


그러나 그녀는 여느 때처럼 가장 이성적인 판단을 내린다.



---



"...여긴 어디야?"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완전히 둘러싸인 어둠 속에서 겨우 보이는 것은 깜빡이는 초록색 불빛 하나.


아니, 다시 보니까 이런 불빛이 꽤 많다. 

사방에 크고작은 불빛들이 들어와 있다.


"드디어 방문객이!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엇다구!"

웬 소녀의 목소리.

이런 곳에는 왜...


"이봐! 누구야! 정체를 밝혀!"

'어디있는 거지?'


"아~ 미안미안, 실례했네. 불을 켜줄테니 조금만 기다려~!"


'정체를 밝히라고 했는데-'


탁, 타닥 — 


틱!


번쩍 — 


'읏!'


암흑에 적응되었던 시야가 밝은 빛에 노출되면서 상당히 고통스러운 경험을 선사한다.

누가 뒤에서 공격하지는 않을까 불안하게 몸을 돌리며 경계한다.


"풉! 너 뭐하니?"

"난 널 해치려고 하는 게 아니야~"


"정체를 밝혀!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는거야."


"자기가 내 작업실에 들어와놓고 난리네."

'작업실?'

"뭐, 손님을 오래 기다리고 있긴 했으니까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눈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주변 환경이 보인다.

엄청나게 거대한 돔형 연구 시설.

콜로세움보다도 넓은 '작업실'에 셀 수 없이 많은 기계들이 보인다.


"여긴 너뿐인가?"


"어, 그렇다니까~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아무도 없이 여기서 혼자 지내야 됐어."

"중간중간에 이상한 아저씨가 오긴 했지만 그 멍청이는 제대로 된 대화 상대가 아니였는걸."

"저번에 밖에 나갔을 때는 정말 재밌었는데, 헤."


드디어 목소리의 위치를 찾아냈다.

'잠깐, 저건..!'

놀랍게도 그 주인은 전에 본 적이 있는 얼굴이다.


"아, 그러고 보니 너 본 적이 있는 애구나!"

"왜 그, 밖에서 테이머 대횐가 뭔가 할 때!"

"레이스에서 네가 보여준 기술들, 정~말 신기했거든."


'퍼니? 그 드라고노이드의 파트너?'


순식간에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들고 조준한다. 

테러범.

라피엘과 한 패다.


"야야, 진정해~어떻게 초면부터 총을 꺼내들 수 있어?"

"대화로 하자구, 대화로~"


"테러범과 나눌 이야기는 없다."

"당장 라피엘의 계획에 대해서 다 설명하고 날 내보내 줘."


"푸핫, 이 바보."

"나눌 이야기가 없으면 설명은 어떻게 하라는 건데?"


"말장난하고 싶은 생각 없어. 협조하지 않는다면-"


"알았어, 다 설명할게. 됐지?"

"그러니까 여기 와서 앉아봐. 보여주면서 하면 더 재밌잖아?"

소녀는 거대한 공간 한 가운데에 있는 핑크색 소파를 가리킨다.


"..뭘 보여준다는 거지?"


"아이 참, 보여 줘야 알지 그걸."

"널 해치고 싶은 마음은 하나도 없으니 의심 안해도 돼."

"만약 내가 그럴 마음이었으면 넌 지금까지 살아있지도 않았을거야."


"정말로."



---



"우선 내 소개부터 시작할게."

"내 이름은 써니야."

퍼니는 가명이었던 건가.

"천재 마공학자, 마공학의 귀재, 천 년 만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거두절미하고 용건부터."

소녀는 눈 앞의 총에 전혀 겁먹은 것 같지 않다.

어쩌면 조금 전에 한 협박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아이 참, 왜 이렇게 성급해? 다 빌드업이야, 빌드업."


그렇게 소녀는 정말 괴이하고도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6살에 마공학을 독학으로 배우기 시작한 것.

엘피스의 뒷골목에서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아 한 단체한테 스카웃된 것.

그 단체가 바로 분열 이후의 하운드 덴, 라피엘이었다.


'만약 이 소녀가 지금까지 기술을 담당하고 있었으면 프린세스가 예상치 못한 발전 속도도 이해가 돼.'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의 기계들이 얼마나 정교하고 위험한 것들인지 보이기 시작한다.


루키대회 때는 그저 자신의 기술력을 시험해 보기 위해 잠시 나왔다고 한다. 

드래곤과 기계를 융합한 생명체가 과연 어디까지 힘을 발휘할 수 있는가.

그것이 궁금했다고 한다.


'정말로 미쳤어.'

하지만 지금은 우선 텐파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중요하니..

'정보를 더 얻어야 한다.'


이후로도 라피엘의 지원을 받는 대신 요청하는 마도구들을 제작해 주었다고 한다.

그러다 1주일 전에 초월의 보석을 처음으로 제작에 성공한 것.


"-근데 완전한 초월의 보석은 아니고, 그때는 프로토타입이었어."

"정상 작동하진 않는 반쪽짜리만도 못한 초월의 보석이었다는 거지."


"정말로? 그럼 지금-"

'반쪽짜리 가지고도 빙하고룡이 저 정도 위력을..!'

"잠깐, '그때는'이라니? 마치 지금은-"


"맞아. 드디어 완성했어. 네가 오기 거의 직전에 말이지."

"전력을 다 끌어다모았더니 시설이 잠깐 정전되더라구."

"네 번째만에 성공한 이 써니님의 인생 대작! 초월의 보석이지!"


"네 번째? 두 번째 아닌가?"


"아니? 그 이상한 아저씨가 계속 재촉하니까 문제를 하나씩 고칠 때마다 새로 줬거든."

"1주일 전에 하나 준 이후로 4일 전에 하나, 이틀 전에 하나 더 줬을 거야."


'말도 안돼.'

큰일이다. 

이미 랜스와 빙하고룡만으로도 벅찬데 초월의 보석이 두 개나 더 있다고?


"자자, 집중!"

"여기서 좋은 소식이 있단 말씀!"


"좋은 소식이라니?" 


"비밀~! 아 물론 알려줄거지만, 우선 이것부터 보여주는 게 중요할 것 같아서."

소녀는 팔에 있는 장치를 조작한다. 

지이잉— 

버튼을 이리저리 누르니 소파 앞으로 커다란 스크린이 내려온다.


소녀는 앞의 책상에 두 발을 얹으며 영화가 시작하는 것마냥 영상을 재생한다.


영상 속의 내용은 마치 깨어있는 상태로 악몽을 꾸는 것과 같다.



---



"좋아! 모두 화력을 최대치로 올려!"


퍼엉!


화르륵 — 


콰앙! 


키이에에 — 


크게 부상을 당한 빙하고룡은 울부짖었다.


번개고룡의 일격이 먹혀 들어간 것. 

유타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전격에 상반신이 검게 그을려져 있었다.


"시타엘, 빛의 창!"


슈욱 —


여섯 개의 거대한 창들이 저항없이 빙하고룡의 몸통에 꽂힌다.


파이어 드래곤의 강력한 화염 불꽃.

피부의 얼음이 조금씩, 조금씩 녹기 시작한다.


'초월한 드래곤.. 정말 무섭군.'

이솔데는 생각했다. 

'고작 한 마리가 펠드라 전체와 맞설 수 있는 힘이라니.'


이르게 도착한 펠드라와 다른 길드들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피해는 겉잡을 수 없이 커졌을 것이다.


이솔데는 지친 몸을 이끌고 번개고룡에 올라탔다.  

"랜스 엘드리안! 이만 항복해라!"


쿵.

빙하고룡도 결국 더이상 공격을 받아내지 못하고 땅에 쓰러진다.


"그만 저항하고 정당한 처벌을 받아라!"


"큭..큭큭. 릴리아 이솔데."

"정말 오랜만이군."

"역시 대단해. 난 충분할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그래서 그 정당한 처벌이란 무엇이냐, 릴리아."


"죽음이다."

당연했다.

"넌 더이상 대륙의 영웅이 아니야."

더이상 그녀의 옛 친구도 아니었다.

"그 누구도 이런 짓을 저지르고서 살 수는 없어."

과거에 아무리 많은 생명을 구했어도, 아무리 존경스러운 인물이었어도.


'어찌 이렇게 하락했는가.'

이솔데는 생각했다.

자신이 펠드라의 길드장이 될 때부터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귀족 혈통이었던 랜스가 자신이 평민이라는 것을 알아챈 후부터였다.

'그래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자발적으로 항복하지 않는다면 즉결 처분을 내리겠다, 랜스 엘드리안."

"마지막 경고야."


침묵.

정적이 흐른다.


마침내 그가 입을 연다.

"글쎄,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무슨-"


쿠워어어어어—!!!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굉음.


'이럴수가.'

서쪽 하늘에서 또 하나의 재앙이 출몰하고 있다.


프란델과 루드오어.

평소의 우아한 검은 비늘과 영롱한 보석들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거대하고 공포스러운 악몽이 습격한다.

'초월이다.'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수백 마리의 용들.

지원 요청을 한 것은 자신들만이 아니다.


이솔데는 빠르게 전장을 둘러본다.

자신의 부하들, 그리고 지원군들은 크게 피해를 입은 상태.

전투를 이어나갈 수 있는 인원은 반도 채 되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빙하고룡도 다시 일어나고 있다.

'랜스 엘드리안...!!'


"전열을..! 가다듬어!"


지금 무슨 소리를.

그녀는 빠르게 정신을 차린다. 

"아니, 후, 후퇴! 전원 후퇴! 모두 자리를 버리고 도망가!"


"세드릭! 마룬! 어서 도망가라고!"


쿠웅 — 


적군의 공격 한 번에 마을은 혼란으로 가득한 아수라장이 된다.

비명소리와 충격음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들리지 않는다.


드드드드—


불길한 땅울림.


키, 키에에, 키에에에엑— 


콰아앙 — 


'아아, 신은 정녕 우리를 이리도 처참하게 버렸는가.'


세 번째 재앙이 마저 모습을 드러낸다.

땅 밑에서 모든 것을 깨부수고 올라온다.


모두가 처음 보는 생명체.

수많은 테이머들 중 오직 안티아고만이 학습된 공포를 가지고 있다.


심해의 브리트라. 


등장과 함께 모두의 전의를 상실시킨다. 

대륙 최고 길드의 정예 요원들도 역동적으로 일렁이는 생명력에 사로잡혀 움직이지 못한다.


곧이어 수십 초간 고요한 정적이 흐른다.


랜스 엘드리안이 먼저 입을 연다.


"아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그렇지 않나, 릴리아?"


'완벽하게 말려들었어. 이젠 도망갈 수도 없다.'


"다..닥쳐, 이 악마야.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


"그럼. 잘 알고 있지."

"마치 옛 시절이 떠오르는 광경이야."

"..한창 좋았을 때였는데."


"네가 정말 미친 거로군!"

"매일매일 전쟁과 고통에 시달리던 그 시대를, 우리가 손수 막을 내렸을 때 어떤 마음가짐이었는지 네가 누구보다 잘 알잖아!"


"아, 그랬었지. 그랬었지..."

"그런데 말이야, 사람은 살다보다 생각이 바뀌는 거라고."

"누구나 항상 더 강하고 젊은 힘을 원하지. 그리고 난 마침내 그걸 찾았어."

"우리같은 구세대도 더이상 밀려날 필요가 없다고, 릴리아!"


"우린 밀려난 적 없어. 매번 새로운 세대가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야."

"아직 늦지 않았어, 랜스. 지금이라도-"


"하하하하, 아직 늦지 않았다라..."

"릴리아, 너도 알잖아.. 이미 한참은 늦었다는 걸."

"45년 전, 그때부터 이미 늦었었어.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고..."


랜스 엘드리안은 잠시 스스로의 생각에 빠져 갈등하는 듯했다.

그러나 금방 악마같은 미소는 자리를 되찾았다.


"릴리아, 방금 전의 무례는 잊고 너에게 기회를 주지. 이 길을 나와 같이 걷자."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



"이, 이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응, 맞아! 초고속 케이블로 실시간으로 송출하고 있으니, 아마 시차는 0.38초정도밖에 되지 않을거야!" 

0.38초고 뭐고- 지금 그딴 게 중요-

"정말 안타깝지 않아? 저 많은 재료- 사람들이 말이야."


옆의 사이코패스에 감탄할 시간도 없다.

의심은 사실로 다가온다. 

루드오어. 브리트라까지.

둘 다 초월한 게 틀림없다. 나머지 두 개의 초월의 보석.


"이봐,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 없어?"

"지금 저기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 같은 거 말이야!"


"음.. 잘 모르겠는데? 아마 없지 않을까?"

"일반 드래곤이 초월 드래곤에 맞선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뭐라도 해봐! 천재 마공학자라면서!"


"음? 뭐~라고? 잘 못 들었는데, 다시 한 번 말해봐~ 조금 더 공손하게."

혹시.

해결 방법이 있는건가. 

제발. 제발.


"위대하신 천재 마공학자 써니님, 제발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십시오!"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이정도쯤은 수천 번도 할 수 있다.


"히, 오랜만에 다른 사람한테 들으니까 기분이 썩 나쁘지 않네."

"그럼 특별히 방법을 하나 알려줄게."


"그 방법이란 건..?"



"뭐긴 뭐야, 너도 네 드래곤을 초월시키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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